위기관리는 균형의 예술(art of balance)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기업의 위기관리는 불균형의 관리(unbalanced crisis management)로 치닫는 것을 보게 된다. 아래에서 사례로 든 것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위기사건은 많은 경우 법적인 소송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 가능성은 기업을 잔뜩 긴장시킨다. 그러다보니, 기업은 법적인 사고(legal thinking)에서 위기 사건을 관리하게 된다. 사실 위에서 많은 기업들이 불균형의 위기 관리를 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불균형'이라는 사실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도대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두 가지는 무엇인가?

얼마전 대한안과학회지의 부탁으로 의료 사고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러한 균형을 표로 정리해 본 적이 있었다. 여기에서는 이를 일반화하여 소개해보고자 한다.

위기관리에는 크게 두 가지의 측면이 존재한다. 하나는 Operational level(O)이고, 또 하나는 Communication level(C)이다. 사고(Thinking)의 측면에서 보면, O는 legal thinking을 주로 하는 반면, C는 Relationship thinking을 주로 한다. 무엇이 중요한가(What matters)라는 측면에서 보면 O는 our(주로 조직의) logic인 반면, C에서는 Their(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 emotion을 고려한다. 따라서, O에서는 포커스가 법적인 불리함이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reducing legal risks)이라면, c에서는 피해 당사자의 분노나 실망을 줄이는 것(reducing anger or disappointment)에 집중을 한다. 이러한 다른 두 가지의 접근 방식은 종종 O가 reactive하다면 C는 proactive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communication level crisis management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포인트는 이러한 두 가지의 방식을 놓고, 균형을 잡아 위기 사건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Legal thinking으로 놓고 보면, '사과'(apology), 특히, 상대방이 우리의 잘못을 알기 전에 하는 사과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총체적인 위기관리에서, communication level의 위기관리전략을 함께 고려한다면, 진실어린 사과, 심지어, 상대방이 우리의 잘못을 알기 전에 앞서서 하는 사과는 때때로 중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점들을 가끔 논의해보고자 한다.

우선, 여기에서는, 최근, 대한안과학회지 원고에 내가 인용한 문장을 옮겨본다.

 

“지난 수 십년간, 변호사들과 위험담당자들은 책임을 인정한다든가, 사과하는 것은 환자들이 의료사고로 의사를 고소할 가능성을 높이며, 이를 법정에서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일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내가 알기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 이는 하나의 신화 일 뿐이다.” (2006 3/4, 하버드 대학교 Physician Executive , 루시안 리프 박사, Dr. Lucian Leape)


* 위에서 이야기한 '대한안과학회지'는  안과학회소식(통권 제 102호, 제 11권, 9호, 2007년 9월)지로 바로 잡습니다. 혼동을 불러 일으켜 죄송합니다. (2007.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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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한 업체에서 생산하는 생리대와 아기 기저귀에서 벌레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오마이뉴스가 2006년 11월 17일에서 27일에 걸쳐 세 건의 기사(관련보도 하나, , )를 통해, 업체의 해명과 소비자의 불만을 함께 보도하게 된다.

위기관리라는 관점에서 몇 가지를 살펴보자.

1. 기저귀에서 발견된 벌레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소비자가 업체에 최초 항의 전화를 했다가 "'아기 기저귀에 벌레가 생길 수 있다"는 반응에 더 화가 나서, 책임자가 직접 전화를 하라는 요청을 하게 되고, 고객센터에 이메일도 보낸다. 그러나, 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은 사건이 터지고 나서 열흘 만이었다고 한다. 우선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불만 대응 처리의 타이밍이 늦는 실수는 생리대에서 벌레가 발견된 사건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관련기사)


2. 기저귀 사건의 경우, 소비자는 제 3의 검사기관에 조사를 맡기자고 하지만, 업체는 세스코에 맡기겠다고 주장하면서 또 하나의 갈등을 만들어낸다. 이런 경우 제 3의 검사기관에 맡기면서 세스코의 전문가가 그 검사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식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업체 나름의 처리 규정이 있어서 그랬을터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불만을 처리하는 과정을 하나의 협상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불만과 업체의 초기 대응의 미숙으로 감정적으로 매우 격한 상태이다. 유연성을 발휘하여, 이 정도는 양보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3. 세 가지의 기사에서, 소비자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예를 들어, "업체가 이렇게 내게 이야기했다"는 내용) 업체의 대응 메시지는 제외하고, 기자가 직접 인용한 업체의 입장 메시지만 나열해보자. (출처: 위에서 링크한 오마이뉴스 기사 세 가지)

1/ "기저귀나 화장지, 생리대 등은 펄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간혹 벌레가 생길 수 있다"
2/ "아마 쌀벌레의 일종인 화랑공나방으로 추정된다"
3/ "애벌레에서 고치를 틀고 지내다가 나방이 되어 날아가기까지는 2∼3주 걸리고, 애벌레가 비닐을 뚫고 들어갈 수도 있다"
4/ "제품에서 발견된 벌레는 저장된 곡식에서 발생되는 줄알락명나방 종령유충으로 추정된다"
5/ "제품에서 종령유충과 약간의 배설물만 발견된 것으로 볼 때 제조시 유입보다는 유통보관 중 유입 가능성이 높다"
6/ "제품 제조일자인 2006년 7월 유입됐다면 발견 시점에서 나방 성충으로 발견되거나 또는 4개월 동안 성장하면서 발생된 탈피껍질이 2-3개 정도는 발견되어야 한다"
 7/ "제품 내부 포장지에는 천공이 발생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할 때 제조 이후 포장지를 뚫고 벌레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8/ "제품에서 발견된 해충은 저장곡물해충에 포함되는 화랑곡나방 성충"
9/ "만약 살아 있는 상태로 제조공정 중 유입됐다면 여러 개의 탈피 껍질이 있어야 한다"
10/  "보통 벌레가 산란하기 위해 생리나 기저귀는 물론 과자 등의 비닐봉지를 뚫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11/ "포장지를 쇠로 만들지 않는 한 유통과정에서 벌레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어렵다"
12/ "생리대의 경우 압착하는 과정에서 열을 가하기 때문에 벌레가 들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죽을 수밖에 없다"
13/ "제조공정에서 알이 있다가 부화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
14/ "생산과정에서 생길 수 문제가 아니라 운송하는 과정이나 마트, 또는 소비자의 가정에서도 생길 수 있다"
15/ "물론 유통과정상의 문제라고 하더라고 업체에서 책임은 질 것"
16/ "(물류)창고까지 관리하는데 보통 1주일에 2번씩 방역을 실시한다"
17/ "제조공정에서 약품에 준하는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18/ "특히 생리대는 의약부외품이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관리한다"
19/ "소비자도 집에서 제품을 깨끗한 곳에 보관해 달라"
20/ "방충업체의 조사결과는 위로 보도(*'보고'의 오타인 것으로 보임)돼 제조공정이나 품질관리공정에 반영할 것"
21/ "기타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먹이를 충분히 섭식한 화랑곡나방 유충이 완제품 내부로 유입하여 번데기를 형성하고 제품 구매 시점에서 성충이 된 것으로 사료된다"
22/ 제조공정 이후 발생한 것 같다
23/ "해충처리업체인 세스코(CESCO)에 검사를 의뢰하겠다"
24/ "조사에는 2주가 소요된다"
25/ "택배회사에서 주문을 잘못하는 바람에 일 처리가 늦어졌다"
26/ "이후 고객이 계속 전화를 안 받아서 직접 방문을 못하고 있다"
27/ "생리대에서 애벌레가 발생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28/ "애벌레는 성충이 되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들어가는 습성이 있어 애벌레가 비닐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
29/ "제조공정상이나 보관중에도 애벌레가 들어갈 수 있다"
30/ "이렇게 경로가 많기 때문에 제품을 회수해서 조사를 해야 하는데 아직 제품을 회수하지 못해 조사를 못하고 있다"
31/ "빠른 시일 내에 고객을 방문하고 제품을 회수한 뒤 해충처리업체인 세스코 등에 조사를 외뢰해 결과가 나오면 고객에게 통보하겠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이 발생했는가?(what happened?)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사건에 대해 당신(기업)은 무엇을 했는가?(what you do with what happened?)>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위기 사건에서 종종 기업들은 <무엇이 발생했는가?(what happened?)>를 해명 혹은 변명하는 것으로 위기관리를 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에 그렇다.

위의 경우를 보면, 물론, 업체가 사건을 통해 소비자나 언론에 전달한 메시지 중에는 업체가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나 진심어린 사과의 메시지가 있었을 수 있다. 그리고, 언론이 그런 부분은 빼고 변명 부분만 보도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그런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세 개의 기사를 통해 직접 인용된 31개의 메시지를 보면, 지나치게 벌어진 사건에 대한 해명에 많은 커뮤니케이션 resources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의 메시지 낭비와 오용이라 볼 수 있다. 소비자나 언론을 자극할 뿐이고, 자신들의 부정적인 모습만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했을까?  세 가지 기사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기 기저귀의 문제점을 제보했던 소비자가 자신이 업체에 항의를 했었을 때, 듣고 싶었던 메시지를 직접 이야기한 부분이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유통과정에서 생겼다 하더라도 아기들에 쓰는 위생용품이므로, 사람 몸에 해가 되지 않으며 해충이 싫어하는 항충 처리를 철저히 하여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유통과정 중에도 주의사항을 철저히 고지하여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귀한 귀하의 아기에게 피해를 입힌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Crisis management is not about what happened, but, what you do with what happened." 누가 처음 이야기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생각해볼 수록, 아주 맞는 원칙이자 실질적인 tip이다. 이들 기사를 통해 바라본 이 사건은 사과의 타이밍이나, 컨텐츠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이 사건에 대한 기초 자료 조사는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홍보전공 석사과정에 있는 권태연씨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되도록 사례들을 많이 다루기 위해서, 몇 몇 위기 사건의 기초 자료 조사를 권태연씨에게 부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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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호입니다. 이 lab은 위기상황 속에서 리더들의 커뮤니케이션, 특히, 사과의 기술이라는 측면에 대한 다양한 생각의 실험들을 해 나가는 곳 CRISIS Lab: ART OF APOLOGY입니다. by 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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